언어의 온도 - 그냥 한 번 걸어봤다.
버스 안에서 일흔쯤 돼 보이는 어르신이 휴대전화를 매만지며 '휴~'하고 한숨을 크게 내쉬는 모습을 보았다. 어찌 된 일인지 창밖 풍경과 전화기를 번갈아 바라보기만 할 뿐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10분 쯤 지났을까, 어르신은 조심스레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
버스 안에서 일흔쯤 돼 보이는 어르신이 휴대전화를 매만지며 '휴~'하고 한숨을 크게 내쉬는 모습을 보았다. 어찌 된 일인지 창밖 풍경과 전화기를 번갈아 바라보기만 할 뿐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10분 쯤 지났을까, 어르신은 조심스레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
그런 날이 있다. 입을 닫을 수 없고 혀를 감추지 못하는 날, 입술 근육 좀 풀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날. 그런 날이면 마음 한 구석에서 교만이 독사처럼 꿈틀거린다. 내가 내뱉은 말을 합리화 하기 위해 거짓말을 보태게 되고, 사앧의 말보다 내 말이 중요하므로 남의 말꼬리...
대학 때 농활(농촌 봉사활동)을 갔다가 작은 사찰에 들어간 적이 있다. 마당 한가운데에 석탑 하나가 기품을 뽐내며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난 탑 주변을 빙빙 돌며, 돌에 새겨진 사엋와 흔적을 살폈다. 얼핏 봐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석탑이었다. 세월과 비...
좌우봉원左右逢源이라는 말이 있다. 좌우, 그러니까 주변에서 맞닥뜨리는 사물과 현상을 잘 헤아리면 근원과 만나게 된다는 뜻이다.일상의 모든 것이 공부의 원천이라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얼마 전 5호선 공덕역에서 생각지도 않은 깨달음을 얻었다. 사소한 장면 하나가 내 마음에...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다. 검진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데어머니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이젠 화장만으론 주름을 감출 수 없구나...."시간은 공평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성급하게 흐른다. 시간은 특히 부모라는 존재에게 가혹한 형...
언어의 온도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몹쓸 버릇이 발동한다. 귀를 쫑긋 세운 채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곤 한다. 그들이 무심코 교환하는 말 한마디, 끄적이는 문장 한 줄에 절절한 사연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꽤 의미 있는 대화가 귓속으로 스...
"오로지 예술을 통해서만,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나 다른 이들이 보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 - 음악과 병행하여 나는 집 근처 발레학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발레레슨을 받았다. 발레리나 동생을 둔 어머니는 발레가 어린아이의 자세와 우아한 몸짓을 형...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실제로 피아노를 치고 춤을 추며 그림을 그리고 시를 낭송할 수 있게 됐다.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부모님이 집으로 초대한 손님들을 대접할 수도 있었고, 아이들을 모아 연극을 꾸며 여흥거리를 제공할 수도 잇었다. 동생은 파스텔화와 유화를 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