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 말도 의술이 될 수 있을까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다. 검진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데어머니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이젠 화장만으론 주름을 감출 수 없구나...."시간은 공평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성급하게 흐른다. 시간은 특히 부모라는 존재에게 가혹한 형벌을 가한다. 부모 얼굴에 깊은 주름을 보태고 부모의 머리카락에 흰 눈을 뿌리는 주범은 세월이다. 병원에 들를 때마다 깨닫는 것이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저마다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공간에선 언어가 꽤 밀도 있게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말기 암 환자가 들봄을 받는 호스피스 병동에선 말 한마디의 값어치와 무게가 어마어마하다.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절박한 상황에서 눈과 귀로 받아들이는 언어는,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크고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