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 없이 떠나는 여행
후배 녀석이 7년 넘게 사귄 여자와 실컷 싸우고 헤어졌다.녀석은 그녀를 잊어야겠다는 핑계를 대며 지인들과 술을 마셨는데 (정확히 말하면 내게 술을 사 달라고 했다.) 얼큰하게 취하고 나서는 옛 여자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만고 불변의 진리가 떠오른다. 늘 술이 문제다. 중요한 건 평소 문학이나 드라마와는 담을 쌓고 사는 녀석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는 거다. "선배, 우린 목적지 없이 여행길에 올랐던 것 같아요. 목적지 없이...." 녀석의 표현이 그랬다. 사랑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종착지를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두람ㄴ의 여행을 떠났으나, 어디선가 깊은 미궁으로 빠져들었고 결국 길을 잃었노라고 그러면서 녀석은 "괜찮아요 곧 잊을테죠 곧 잊을 테죠..." 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으며 전두엽이 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