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 말의 무덤, 언총
그런 날이 있다. 입을 닫을 수 없고 혀를 감추지 못하는 날, 입술 근육 좀 풀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날. 그런 날이면 마음 한 구석에서 교만이 독사처럼 꿈틀거린다. 내가 내뱉은 말을 합리화 하기 위해 거짓말을 보태게 되고, 사앧의 말보다 내 말이 중요하므로 남의 말꼬리를 잡거나 말 허리를 자르는 빈도도 높아진다. 필요 이상으로 말이 많아지는 이른바 다언증多言症이 도질 때면 경북 예천군에 있는 언총言塚이라는 '말 무덤'을 떠올리곤 한다. 달리는 말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말을 파묻는 고분이다. 언총은 한마디로 침묵의 상징이다. 마을이 흉흉한 일이 휩"싸일 때마다 여러 문중 사람이 언총에 모여,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으로 시작하는 쓸데없는 말과 "그쪽 걱정돼서 하는 얘기인데요...."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