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장고 끝에 악수난다.





장고 끝에 악수난다.



꽤 오랜 시간 한 회사에 다니다 결혼한 사내커플이 있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연애 기간이 길었을 것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런데 알고 지낸 시간이야 길었지만 이들의 연애 기간은 상당히 짧았다. 함께 근무하던 회사에서도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을 만큼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였다. 


이들이 도대체 어쩌다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 이 둘의 만남과 연애 과정은 어떠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그런데 이 남편이란 사람의 말이 걸작이었다. 함께 일한 경험이 꽤 있으니 그사람의 취미 가치관 성격 등 서로에 대해 알 만큼은 안다고 여겼고, 배우자로서 손색이 없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그런데 다음 말은 모두의 예상 밖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다짜고짜 나와 결혼할 마음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결혼할 마음이 있으면 사흘 후 이 시간까지 대답해 달라고 했지요."


  연인으로서의 감정이 오고 간 적이 없었던 상대에게 다짜고짜 자신과 결혼할 마음이 있냐고 묻다니! 그것도 사흘 안에 마음을 정하라니! '그렇게 안 봤는데 상남자 스타일이네. 자신감과 패기가 대단한걸, 그정도로 그녀가 좋았나' 등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그 남자의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시간을 많이 주면 사람은 생각을 오래 하게 되고, 생각을 오래 하면 할 수록 결국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할 확률이 높거든요."


  바둑 둘 때 '장고 끝에 악수 난다'는 말을 프로포즈에 적용한 것이다.  당시 이 남자는 회사의 신규 사업 계획을 수립3하고, 그 타당성 및 수익성을 검토하는 부서에 근무했다. 물론 회사의 신규 사업계획과 자기 인생 계획은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본인이 자신이 업무에서 발휘한 최적화된 생각과 태도가 인생에서도 통한다고 여겼다.



  생각은 새각을 낳는다. 그렇게 증식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사방으로 뻗어 나간 생각은 결국 벽에 부딪힌다. 


그 벽이 바로 부정적 결론이다. 현실의 벽이라고도 한다.


  생각없이 사는 것도 문제지만 생각을 너무 많이하는 것도 문제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생각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학 문제를 눈으로만 풀 듯 머릿속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은 때로 실제로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이미 원하는 결과를 얻을 만큼 노력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착각의 늪이란 게 원래 그렇게 실체가 없다.


이저네 잠시 해본 일이니 지금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도 위험하지만 해보지도 않은 일을 생각마능로

할 수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위험천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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