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의 존재
한적한 바닷가에 있ㄴ든 작은 마을 가마쿠라에서 평범한 일상을 꾸련아가는 세 자매는 15년 전 집을 나간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부고 소식을 접한다.
자매는 아버지와 불륜을 저지른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이복동생 스즈와 어색하게 대면한다. 다름 아닌 아버지 장례식에서, 아, 이 무슨ㄷ 황당한 시추에이션인가.
하지만 자매는 나이에 비해 의젓한 스즈를 보는 순간,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를 갖3ㅗㄱ으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스즈, 우리 함께 살지 않을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갯내음이 가득한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서로를 다독이며 해옵ㄱ을 찾아가는 네 자매의 사연을 그렸다.
영화엔은 유독 밥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유가 있ㄴ다. 자매가 즐겨 먹는 멸치 덮밥, 해산물 카레는 아버지와 나누었던 충너깅 서렴 있는, 소박하지만 소중한 음식이다.. 세련되게 말하면 솔푸드(soul food), 정감 있게 표현ㄷ하면 그리운 맛이라고 할까.
나 여깃 나이가 들 수록 유독 맛보고 싶은 음식이 있다. 대학 시절 학교 ㅉ똑문에서 호호 불어가며 먹던 칼제비(칼국수의 수제비를 섞은 국수)의 푸짐함이 그립고, "이거 다 비워야 키큰다."며 할머니가 만들어준 콩국수의 맛도 잊을 수 없다.
돌이켜보면 그런 음식 곁엔 특정한 사람과 특정한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음식을 맛보며 과거를 떠올린다는 건, 그 음식 자체가 그리운 게 아니라 함께 먹었던 사람과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한다.
영화 속 세 자매는, 아니 네 자매는 식탁을 마주하고 음식을 먹는 과정을 통해 오래전 아버지와 함께 나누었던 미각과 추억을 되살려낸다.
그 기억은 자매를 단단히 결속한다. 그들이 이런저런 일로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묘8한 동지락ㅁ을 느끼며 암암리에 닮아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실에서도 부재의 존재가 사람 마음을 뒤흔드는 경우를 더러 경험하게 된다. 몇 해전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친구 녀석이 최근 술자리에서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며칠 뒤 식구들이 모여서 외식을 했어. 그런데 ㅣㄱ당에서 밑반찬으로 멸치볶음이 나온 거야. 그걸 보자마자 너나 할 것 없이 일제히 눈물을 쏟았다"
"그랬구나.... 그, 그런데 왜?"
"아버지가 생전에 멸치볶음을 정말 좋아하셨거든."
"아...."
"아버지는 멸치볶음만 있으면 자리에 앉기 무섭게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곤 하셨어. 그 생각이 나서, 손을 뻗으면 만져질 것 같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자꾸만 떠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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