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반이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우리 모두가 가장 힘들어하는 게 질문하는 일이라면 지나친 호들갑일까?
어렸을 때는 질문을 너무 만이 하다가 성가시게 군다고 어른들에게 꾸지람을 들어야 했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질문보다 답을 찾는 훈련만 주야장천 받아야 했다.
나는 1979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듣는 수업마다 받아 적지 말고 질문을 하라는데 정말 난감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처음 55분은 적절한 질문을 결정하는 데 쓸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대로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수업이 끝나곤 했다. 그러던 내가 교수가 된 이후로는 토론 수업을 주로 하는, 그리고 제법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퍽 길었지만, 돌아보면 참으로 보람있는 여정이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다분히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 속담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만 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지만, 시작이 중요한 만큼 무슨 일이든 시도하기 전에 시준하게 생각하고 잘 준비하라는 뜻도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질문이 반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대답이 상관없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저자도 이렇게 말한다.
"답만큼이나 질문도 중요하다. 아니, 어떤 경우엔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질문이 좋아야 대답 또한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진리이다."
좋은 질문은 어쩌면 절반이 아니라 일의 거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나는 평생 행도으이 진화를 연구해 온 학자이다. 늘 '어떻게'(how)와 '왜'(why)라는 두 가지 질문을 하며 살았다. 계절이 바뀔 대마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를 어떻게 떠날 시점을 알아차릴까? 과학자들은 이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았다.
낮의 길이가 짧아지며 호르몬 분비 양상이 변화하면 철새들이 긴 여정을 떠날 준비에 들어간다는 걸 알아냈다. 하지만 이 새들은 '왜' 해마다 살던 곳을 떠나 긴 여정에 오르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어떻게'와 더불어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차장야 우리는 비로서 철새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맛있는 케이크를 만드는 방법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달고 기름지게 만들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왜 달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게 됐을까?
우리는 지금 고도로 발달된 기계문명 사회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유전자는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때로부터 변한 게 거의 없다.
지금은 달고 기름진 음식이 주변에 넘쳐나지만 그 옛날에는 날이면 날마다 먹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달고 기름진 음식을 대하면 곧 바롤 몸 속에 저장하고 싶어하낟. 과정이나 방법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원인 또는 이유를 알아야 상황을 나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보다 근원적인 부분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힘, 좋은 질문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저자가 권하느 첫 질문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심부름은 물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시켜도 종종 듣는 반문이다.
"너, 오늘 저녁까지 네 방 말끔하게 청소해 놔." 라고 하면 대뜸
"잠깐만요, 뭐라고요?"(wait,what?) 라며 궁시렁거린다.
저자는 이 반문이야말로 우리가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제일 먼저 던져야 하는 더할 수 없이 중요한 물음이라고 말한다.
세상의 부조화를 파악하느 ㄴ첫걸음이며 하고자 하는 일의 가치를 재확인해 주는 질문이기 때문이란다.
다음 질문은 "궁금하네?"(I wonder...?)로 시작한다.
"왜 그런 건지?"(I wonder why?) 혹은 "만일 이러면 어떨지?"(I wonder if?" 궁금해 하는 단계이다.
이어서 "적어도 우리 이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Couldn't we at least...?)라고 물으란다. 그리곤 남들이 덤벼들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먼저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나?" (How can i help?) 묻자고 제안한다. 마지막은 영화 <곡성>으로 유명해진 "뭣이 중헌디?" (What truly matters?)라는 질문으로 마무리한다.
기업에서 강의할 때 내가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세계10위권 경제대국이지만 오랫동안 선진국 문턱에서 헐떡거리고 있는 우리 경제가 진정 넘어야 할 턱이 있다고 말이ㅏㄷ. 나는 우리 경제가 허구한 날 숙제만 할 게아니라 출제를 할 줄 알아야 드디어 마지막 문지방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는 충고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irest mover)로 전환하라-와 본질적으로 같은 의미일 것이다.
'출제하는 자'는 말 그대로 '문제를 내는 자', 즉 '질문 하는 자'이다. 비지니스의 선도자는 시장을 새롭게 정의하고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로 인도하는 자이다.
우리가 스티브 잡스에게 열광했던 이유도 그가 새로운 시장을 열어 젖힌 선도자였기 때문이다. 그가 출제하면 우리 삼성과 LG가 밤잠을 줄여 가며 열심히 숙제를 한다.
과연 언제까지 우리가 삶의 질을 볼모로 이런 불공정한 경쟁을 계속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하버드 교육대학원 제임스 라이언 학장인 2016년 졸업식에서 했던 '인생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다섯 가지 질문'이라는 주제의 축사가 소셜미디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바람에 출간되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하버드대를 다닌 것 못지않게 값진 인생 교훈을 얻고 있다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인생을 설계하는 학생들이나 삶의 전환점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이들에게 라이언 학자잉 제안하는 다섯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기를 권한다.
성공의 지름길이 훨씬 더 훤히 보일 것이라 확신한다.
그런데 부탁이 하나 이싿. 나의 이 권유에는 "잠깐만요, 뭐라고요?"라고 반문하지 말아 주시길... 현대 무용의 거장 마사 그레이엄이 1990년 휠체어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입국할 때 "무용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국의 무용학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마디로 잘라 말한 대답이 생각난다.
"그냥 하세요!"(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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